[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은 최근 도를 넘어선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해진 만큼 물샐틈 없는 대응 태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북한도발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서 “국민들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국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면서 비상상황에서 국민들의 각별한 유의도 당부했다.
또 박 대통령은 군에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대통령 제거와 청와대 직접 타격을 운운하며 도발 수위를 높혀감에 따라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 메시지 발표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2일 선전매체를 통해 청와대를 폭파시키는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전날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중대보도'를 통해 인민군 포병의 대구경 방사포가 청와대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격동(擊動·격발) 상태에 있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은 또 “이 시각부터 인민군 정규부대와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한 혁명무력과 전체 인민의 일거일동은 박근혜 역적패당을 단호히 제거하기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지향될 것”이라며 정규군을 포함한 전체 무장 병력과 전체 인민들이 박 대통령 제거를 위한 '보복전' 준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막말로 도발 위협 수위를 높여갈 때도 직접 대응은 삼간 채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대응했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원수 제거를 위협하고, 고출력 고체 로켓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는 주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발사 가능성이 높아져 실제 도발 감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단호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도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해 “대한민국과 대통령에 대한 도발을 하겠다는 도전이자 전 세계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청와대의 단호한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우리 군에 도발시 강력한 응징을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당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 안전을 위한 전국 경계태세 강화를 주문하면서 북한의 사이버테러나 후방 기습테러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지시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직후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경찰과 국민안전처 등 관련기관으로 하여금 전국 경계태세 강화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행키로 하는 등 신속한 후속조치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 극에 달했는데도 총선을 앞둔 선거 분위기 속에서 실제 위협이 과소평가되는 것을 우려한 박 대통령이 안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이날 메시지 발표를 지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공교롭게도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시작일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선거개입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진박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는 논란이 야기됐던 상황에서 정국을 안보국면으로 유도해 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탈당과 함께 무소속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 공천파장이 확산되는 상황을 덮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여러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