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리스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기업은 어딜까? 1896년 서울 종로에 ‘박승직상점’으로 처음 문을 연 124세 두산그룹이 최고 어른이다. 우리나라엔 동화약품, 신한은행(이상 1897년), 우리은행(1899년), 몽고식품(1905년) 등 8개 기업이 생존해 있는 100세 이상 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년 이상 생존 기업은 일본이 3만3079개로 가장 많고 미국은 1만2780개, 독일은 1만73개에 이른다. 일본은 백제인 유중광이 578년에 창업한 사찰 건축 전문기업 ‘콘고구미(金剛組)’라는 1441세 나이의 최고령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오래된 기업의 수가 적은 만큼 기업 평균수명 또한 우리나라는 길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 평균수명은 28년에 그친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나라는 ‘30년 이상 된 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칭한다.
이명래고약, 말표고무신, 도루코면도날, 캉가루구두약, UN성냥, 이태리타월 등의 토속 브랜드들과 이들의 제
조기업들은 명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그 명성은 대부분 추억으로 남아 있다.
1957년 설립된, 여성속옷 브랜드 ‘비비안’을 보유해 오랜 기간 이 분야 마켓리더였던 남영비비안이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직구 활성화 등에 의한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1953년 국내 1호 신발기업인 동양고무산업으로 출발한 토종브랜드 '르카프'의 화승도 올해 2월 기업회생 절
차를 신청했다. 역시 직구 열풍과 아웃도어 시장 성장 둔화가 원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 자기혁신을 못함으로써 도태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포춘(Fortune)>이 분석한 500대 기업의 생존사를 보면, 70년대는 10년간 35%의 기업이 500대 기업 리스트
에서 사라졌지만, 80년대는 45%, 90년대는 60%, 2000년대 들어서는 70%의 기업이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우선은 기업 스스로 자기혁신이 살길이다.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시대의 흐름과 환경 변화에 발맞춰 최적의 사
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해 나가야 한다. 제품‧서비스 혁신이든, 감동적 고객관리든, 원가관리 최적화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도 긴 안목으로 100세 기업 만들기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많은 정책은 창업에만 관심을
쏟고 장수기업 만들기엔 신경을 덜 쓰는 듯하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 정책지원과 세제 등 다양한 제도 지원이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사람도 출산율 대책과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듯 기업에게도 출산율 대책인 창업만큼 고령화 대책인
100세 장수기업 만들기가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우선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을 비롯한 과중한 세금 부담을 지적한다. 장수기업으로 가려면
가업의 상속이 필요한데, 이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이 과도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유연
하지 못한 노사 문제와 각종 규제도 지적의 대상이 된다.
긴 안목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최소한 '100세 기업 1만양병(一萬養兵)'을 본격적으로 착수할 때다. 50세 기업
키우기라도 좋다.
63세 비비안이 매물로 나왔지만 살아서 100세를 향했으면 좋겠다.
"기업들이여, 오래 살아 남으시라! 우리가 힘을 보탤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