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항공요금이 1만9900원?’ 할인율이 가장 높은 날짜와 시간대를 적용해도 7만3400원인 일반 항공료에 비하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가격이다. 가격이 싼 이유는 저가 항공사이기에 가능하다. 저가 항공의 문을 연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을 필두로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외형적으론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적되는 적자로 멍이 들고 있다.
저가 항공시대 르네상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와 올해 같은 기간의 저가 항공사 운항실적을 분석한 결과 운항편수는 2만1518편에서 2만4566편으로 14% 증가했으며 여객수도 127만7042명에서 147만9616명으로 16% 늘었다. 저가 항공사의 약진으로 기존 대형 항공사들은 타격을 입었다. 이 기간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운항편수에서는 3%, 여객수에서는 5% 증가에 그쳤다. 지난 7월 진에어와 영남에어의 등장으로 취항 저가항공사가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취항 노선수도 5개에서 9개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공급좌석수도 지난해 1∼7월 중 78만1350석에서 올해 같은 기간 95만4578석으로 17만3228석(22%) 증가, 100만석에 육박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저가 항공이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 안팎의 반응은 다르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이 저가 항공의 대표격. 저가항공의 위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내세워 저가 항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지역을 발판으로 나온 영남에어, 에어부산이 생겼고 이스타항공과 코스타항공이 취항을 앞두고 있는 등 그야말로 저가 항공시장의 르네상스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무차별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저가 항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항공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으로 부각되나, 좁은 땅에서 이처럼 많은 항공사들이 경쟁하는 것이 사업성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부분이 국내 취항만이 가능한데 그나마도 김포-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노선은 빈 자리로 운행된다.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 후 누적손실이 244억원으로 설립자본금 200억원을 이미 초과한데다 올해는 고유가로 인한 적자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성항공 역시 2006년 57억원의 손실을 봤다.
저가 항공시대를 연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영남에어, 진에어 등 생긴 지 얼마 안된 신생 항공사들은 낮은 탑승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7월 대한항공에서 출범시킨 진에어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고 부산지역을 발판으로 선 영남에어도 그 지역을 제외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취항한지 한달도 안돼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낮은 인지도는 낮은 탑승률로 이어진다. 가격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공사를 이용하기 꺼려하는 탓이다. 항공업계의 성수기인 7월17일부터 31일까지 김포-제주간 탑승률은 진에어가 34%, 영남에어가 22%에 그쳤다. 각각 75%, 74%를 기록한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 항공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게다가 고유가로 인해 저가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유휴할증료를 붙이는 등 대형 항공사에 비해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가격 낮지 않다는 것도 실용 저가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말로만 ‘저가’인 저가 항공
저가항공사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하면 아직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떠오르는 만큼 저가항공사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광복절 연휴를 필두로 최근 탑승률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저가 항공시장에는 에어부산이 각각 오는 10월, 12월 ‘부산~김포’, ‘부산~제주’ 노선에 취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코스타항공(울산~김포, 제주), 이스타항공(제주~김포, 청주, 군산) 등이 잇따라 취항할 예정이다. 또 진에어는 오는 12월 ‘김포~부산’ 노선을, 영남에어는 내년 중 ‘포항~제주’ 노선을 신규취항 하는 등 기존 저가항공사들의 취항 릴레이도 이어질 예정이다.
저가 항공의 강점은 ‘저렴한 항공료’에 있다. 과연 얼마나 저렴할까.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항공요금을 주요 항공사별로 비교해 봤다.
저가 항공사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메이저 항공사보다 저렴하긴 하나, 1~2만원 안팎의 차이에 불과해 저가 항공의 메리트가 떨어진다. 항공요금이 가장 저렴한 한성항공의 경우 2만원 정도 싸다. 타사대비 항공요금이 70%까지 저렴하다는 한성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을 1만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올 10월까지 요금에서 1만9900원짜리는 없었다. 1만9900원인 요금은 비수기 화요일 마지막 시간에 가끔 나올 정도다. 후발주자인 영남에어와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3000~4000원 밖에 저렴하지 않다. 제주에어, 진에어는 보잉 737-800 최신기종을 투입하고도 포커 100을 투입하는 영남에어보다 더 저렴하다. 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으로 여행사에서 약정할인을 받으면 영남에어보다 거의 절반가격으로 제주왕복도 가능하다.
결국 국내 저가항공사는 말만 ‘저가’일뿐 피부에 와 닿는 가격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저가 항공사의 경우 메이저 항공사와 현격한 가격차를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의 저가 여행사 ‘라이언에어’는 전체 판매티켓의 30%를 무료로 판매한다. 더블린-파리를 에어프랑스로 왕복하면 748유로(130만원) 정도지만 라이언에어는 출발 3주전에 구매하면 무료로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다. 세금을 포함해도 거의 거의 35분의 1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저가 항공사라는 간판만 내걸고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에서 항공승객이 메이저 항공에 비해 만족할 만한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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