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홍남기에 “변 내정자 주택공급 방안 협의” 지시
‘한국판뉴딜’…도시주택·건설 ‘그린뉴딜’ 사업 추진
[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비공개 보고자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신임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획재정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변 국토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장관 임명 전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으로 파격적인 주택 공급 대책에 주목을 모으고 있다.
변 후보자는 전날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에 마련된 정부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 방안을 묻자 “아직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부는 이전보다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여러 방향을 정해 추진하고 있으며, 그 취지에 맞춰 진행 하겠다”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주택정책 실무책임자를 끌어올려 국토부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현재 복잡하게 꼬여 있는 주택문제 실타래를 풀라는 메시지가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사업 비중과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변 내정자는 과거 학자시절부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어 LH 사장 시절 3기 신도시에 공공자가주택을 도입을 건의한 바 있어 장관 취임 이후 실제 정책으로 실행할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그는 지명 이후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여러 방면을 고민하겠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공공자가 주택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대표 유형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분양자에 건물만 분양하고, 땅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형태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수분양자가 주택을 팔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처분토록 의무화해 시세차익을 막는 방식이다.
정부 안팎에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나왔기 때문에 변 내정자가 무리하게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변 내정자는 또 서울 도심 주택공급 추가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역세권에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젊은층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변 내정자는 최근 국토부 주택토지실에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토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내정자가 청문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와 같이 구체적인 대책급 내용을 준비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변 내정자는 LH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5·6 대책과 8·4 대책, 전세대책 등 굵직한 주택 공급대책을 정부와 함께 입안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건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역세권 고밀개발이다. 변 내정자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서울시내 역세권 고밀 개발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교통 여건이 좋은 역세권에 과감하게 높은 수준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고 인센티브 대가로 주택을 확보해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분양으로도 활용해보자는 구상이다.
변창흠표 공급대책, ‘공공자가주택’ 성공 ‘주목’
앞서 정부는 5·6 대책에서 역세권의 범위를 2022년까지 역 반경 250m에서 350m로 늘리고 역세권 주거지역에서 추진되는 민간 주택사업에 종(種)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서울시내 주요 도로나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토부는 2∼3년 전 ‘입체도로’를 활용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다 중단했다. 도로나 철도 위아래 공간을 활용해 주택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변 내정자는 국민에게 서울 주택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충분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만큼, 파격적인 주택 공급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그러나 변 내정자는 전면 철거를 수반한 재개발·재건축은 지양하고 공동체를 중심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을 선호하고 개발 사업으로 인한 초과 이익은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특히 변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중점 추진 정책인 ‘한국판 뉴딜’에서 도시와 주택·건설 부문의 그린뉴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변 내정자는 LH사장 재임시 지난 7월 <시사뉴스>와의 커버스토리(제580호·7월 21일자)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제로에너지 신규주택을 46만호 공급하겠다”고 소신했다.
변 내정자는 “그린뉴딜은 어려운 사람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에너지를 절감하면 에너지 지출이 줄어 취약계측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LH를 공공 디벌로퍼로 도시와 주택·건설 부문에서 한국판 그린뉴딜에 앞장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변 내정자 등 4명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裁可)했다.
변 내정자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2014년에 SH 사장으로 취임해 3년간 재임했으며 2017년부터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주거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4월에는 LH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굵직한 정책을 수행해 왔다.
특히, SH는 물론 LH에서 주택공급,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뉴딜 등을 직접 맡은 만큼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겸비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변창흠 국토부장관 내정에 대해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주거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기존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어서 서민 주거 안정, 그리고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