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청문회 시작부터 '김군 희생 모욕말라' 피켓 항의
김희국 "오늘 즉시 자진사퇴 못하면 임명권자가 철회"
변창흠 "진심 사과…실무와 경험 갖춘 사람 많지 않아"
"마음의 빚 졌다…국민 안전 책임지는데 최선의 노력"
[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김군 관련 막말 등으로 논란을 빚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9번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4년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발언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서 질책해 주신 사항에 대해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구의역 사고로 안타깝게 떠난 김군과 가족들에 거듭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에서는 변 후보자의 구의역 관련 발언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해명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김군의 희생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일감 몰아주기, 블랙리스트 작성', '장관보다 사람이 먼저다' 등 자리마다 피켓을 붙여 항의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오실 게 아니라 당장 구의역에서 사망한 희생자 김군의 유가족에게 찾아가서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고 청문회에 오는 게 맞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도 "변 후보자는 국무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오늘 즉시 자진사퇴하고, 만약 자진사퇴할 용기가 없다면 임명권자는 변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는 국토교통부의 가장 중요한 주택, 그리고 도시계획 등 분야에서 30년 이상 연구를 했고, 실무를 갖고 있으면서 경험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본인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어 "당시 구의역 사고를 김군의 잘못으로 치부했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대하는 처신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등 잇따른 위원들의 지적에 "건설 쪽에만 너무 치중해 (사건) 파악이 늦었다. 죄송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제가 SH에 있으면서 워낙 건설 현장이 많고, 그런 (구의역 사고)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과정에 잘못된 예를 들었고 그 결과로 가족이나 고인 그리고 종사자분들께 아픔을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폄하하거나 무시한 것도 아니고, 그 이후에는 더욱 더 안전문제에 대해서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을 강조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생명과 인권감수성이 박약하고, 또 차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절대 중요한 정책 결정 자리를 내줘선 안 된다"는 지적엔 "다시 한 번 고인, 유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하게 말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마음에 빚을 진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 후보자는 SH 사장 재직 중이던 지난 2016년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며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다 날아간 셈"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그는 청문회를 앞둔 지난 22일 국회 본청 앞 정의당 단식농성장을 찾아 산업재해피해자 유가족들에 사과했으나, 유가족들은 "당사자와 유가족에 사죄하라"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