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은 많으나 노동 생산성은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공부만 죽어라 하면서도 꼴지를 면하지 못하는 학생인 셈이다. 그만큼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 생산성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말이 있다.
여가 지수는 곧 창조력 지수
미래사회의 국가 경쟁력은 노동시간의 양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여가 경쟁력강화는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며 이를 위해 현 여가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의 경쟁력 원천은 무형가치(지식, 정보, 문화 등)를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요구되는 창의성 자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창의력 지수는 국민들의 여가생활 활성화를 통해 축적된 문화적 소양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특히,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 다문화, 기후환경 등의 전반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 참살이, 친환경 등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요구가 증대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여가수요가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과거와 구별되는 새로운 여가환경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여가 경쟁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조동성, 2008)결과는 비슷한 국가 경쟁력을 보이는 나라들에 비해 여가 경쟁력 지수가 낮고 여가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인별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정책연구원의 국가경쟁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종합적 국가 경쟁력 순위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평가 대상국 66개국 중 중간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성신여대 사회과학대 신철호 학장은 “한국의 여가 경쟁력 현황은 레크레이션과 문화에 대한 지출은 낮고, 호텔들에 머문 비거주자수는 중간수준에 위치하며, 세계 평균에 비해 주당 10시간 더 일하고 8.5시간 더 적게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의 경우 50시간 이상으로 세계 최고다”고 말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그렇다면 왜 한국의 여가지수는 낮은 것일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는 “수준 높은 여가 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높으며 관련 산업 및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편이다”며, “하지만 여가 활동에 필요한 시간부족, 금전적 부담이 크며 사회적으로 질적, 양적으로 수준 높은 여가를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 된다”고 지적했다.
수준 높은 여가에 대한 욕구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회적 여건으로 인한 괴리는 생산성 하락과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심각하다. 조 교수는 “일과 삶의 통합 정책 등으로 양적 노동보다 질적 노동에 초점을 둔 여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 마련에 주력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여가문화는 또한 TV 시청 등의 수동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석호 교수는 “국민들이 능동적인 여가활동에서 훨씬 높은 몰입과 만족도를 경험할 수 있지만, 수동적인 여가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이유는 시간과 활동을 설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활동이 증가하는 대신 여가만족도는 낮아지는 것이다. 최 교수는 “여가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가진흥법 제정을 통한 법제도적의 접근이 올바른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창조적 노동이 가능해야 한다. 즉 일과 여가가 균형을 이루는 삶이 선진국의 조건이다. 2004년 7월 주40시간 근무제의 전면적 실시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에서 노동시간량이 가장 많은 한국사회에 적합한 일-여가 균형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존재한다. 특히 국민들의 여가생활을 활성화하고 건전한 여가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창의적 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여가를 통한 행복하고 창조적인 사회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여가문화의 구축이 더욱 절실한 것은 고령화 사회의 도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5년 현재 9.1%에서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 20.8%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효율적 대책은 여가학습체계구축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를 우리에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의 고령화대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 생활해야 할 20~30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소비할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애단계에 걸친 교육기관의 지원체계는 정부의 관련기관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40세 이상 중장년층과 70~80대에 이르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의 부재와 생애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여가학습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국민들의 올바른 여가인식 제고와 고령화에 따른 여가교육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생애전반에 걸친 여가교육 모형을 개발하고, 공적영역의 여가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생활 속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루는 생활 체험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생애주기에 걸쳐 실천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정보를 제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체험과 기회는 여가교육을 통해 가능하며, 특히 공교육 영역에서 여가환경 조성과 여가교육 강화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여가활용능력의 신장과 여가소외 현상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한 창조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민대 이창현 교수는 “과거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 노동자들의 ‘근면성’이었다면,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며,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성장의 잠재력을 얻기 위해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여가문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가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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