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소의 이미지는 단지 관념적인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한 일상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소는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다. 2009년은 소의 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새해를 맞아 3월2일까지 소와 함께 세상이야기, 우행(牛行) 특별전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우리 생활문화 속에 나타나는 소의 친근한 이미지와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기능 및 역할을 소와 관련된 자료 전시를 통해 조명해 보았다.
시간과 공간에 투영된 십이지 속
소는 십이지의 두 번째 자리에 해당된다. 소띠 해는 12년마다 축년(丑年)으로, 음력 12월은 축월(丑月)로, 일(日)은 축일(丑日)로, 시간은 오전 1시에서 3시까지인 축시(丑時)로 표기된다. 여기서 축년과 축일은 육십갑자 중 을축(乙丑), 정축(丁丑), 기축(己丑), 신축(辛丑), 계축(癸丑) 등의 순서로 표기된다. 한편 공간 즉 방위는 천문도나 해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북북동 방향[丑方]을 가리킨다.
이러한 십이지 속의 소[丑]에 담긴 옛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은 부적, 당사주책(唐四柱冊)이나 신장(神將), 호석(護石)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운수[日辰]나 벽사의 의미로 확장됐다.
‘소는 하품 밖에 버릴게 없다’
농경문화가 정착된 이후 소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 됐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소중히 여겼다. 소는 논이나 밭을 쟁기질하는 등 힘든 농사일을 하는데 필수적인 노동력이자 일상생활에서의 운송 수단이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장만할 비상 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농경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는 경직도에는 쟁기질하거나 짐을 나르는 소의 모습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농경사회에서의 소의 중요성은 제의나 의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고대사회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신성한 제물[犧牲]로 사용했고, 현재 전승되고 있는 마을신앙에도 소가 제물로 쓰이는 예가 흔하다. 정월 대보름 즈음 마을에서는 그해 풍년을 기원하는 소놀음굿이 펼쳐지곤 했다.
이러한 기능 외에도 소의 부속물인 뿔, 가죽, 기름, 고기 등은 실생활의 주요 재료로 폭넓게 이용됐다. 소뿔을 쪼개 가공한 화각공예품, 쇠가죽으로 만든 북 장구 소고 등의 악기, 음식 관련 서적에 보이는 소고기 요리 등 다양한 쓰임은 ‘소는 하품 밖에 버릴게 없다’라는 말에 함축돼 있다.
생태적 사회문화적 특성의 상징화
소가 지닌 타고난 생태적 성질과 그로부터 유래한 사회문화적 특성은 종종 종교, 사상, 언어나 구체적인 사물 등에 상징요소가 됐다. 우직하지만 온순하고 성실하며, 끈질기고 힘이 세지만 사납지 않다고 하는 소의 기질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상징화돼 자리하고 있다.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주인을 구한 소의 이야기는 우직한 충성심을 유교적인 윤리인 충(忠)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소를 타고 가는 목동의 모습에서는 세상사를 초탈한 도교와 소가 곧 사람의 참된 본성이라는 불교가 동시에 떠오른다. 풍수지리에서는 소가 누운 모양[臥牛形]이나 뱃속 모양[牛腹形]과 같은 땅을 명당(明堂)이라 했다. 소를 주제로 한 속담들에서는 우직함과 충직함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자료들에서는 소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특징을 적극적으로 상징화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소띠 해는 12년 마다 돌아온다. ‘십간십이지’의 조합인 육십갑자 중 을축(乙丑), 정축(丁丑), 기축(己丑), 신축(辛丑), 계축(癸丑) 등이 12년마다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수많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2009년 소띠 해에는 과연 어떤 소식들이 우리를 마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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