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내정에 ‘천성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시 22회로 전임자였던 임채진 검찰총장 보다 기수가 세 단계나 아래여서 검찰 내부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다. 통상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감안해 후임총장은 두 기수가 관례처럼 돼 온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인 셈이다.
‘인적쇄신’과 ‘공안통치’ 두 마리 잡기?
후배가 검찰 총장으로 임명되면 선배가 용퇴하는 것이 검찰 인사의 관행이다. 이는 천 후보의 윗 기수인 7명의 검사장을 비롯 22기 동기들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어 그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 내정자의 깜짝 등장을 두고 청와대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천 내정자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실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악재 속에서 검찰 개혁과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따라서 ‘인적 쇄신을 위한 신호탄’을 노렸을 것이고 또 하나는 천 후보자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이라는 점에서 ‘공안통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천 내정자는 지난해 수원지검장 시절 최근 수년간 보기 드물었던 여간첩 원정화 사건의 수사결과를 내놨고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는 ‘용산 참사’와 광우병 문제를 보도한 'PD수첩‘ 수사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천 내정자는 6월2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집무실에서 간단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남겨둔 부담 때문인지 현안 대응과 관련한 질문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절제된 발언 속에서도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언급함에 따라 검찰 내부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상된다.
전임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이 3회나 뒤진 그의 내정자 지명으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15명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박순용 검찰총장을 발탁했을 때 검사장급 이상 13명이 용퇴했고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시 서열파괴 인사로 14명이 물러났을 때보다 많은 ‘울트라급’ 인사 개혁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검찰의 핵심간부가 50대에서 40대 중후반으로 세대교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1월 13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지 겨우 반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상층부에 대한 물갈이성 인사가 단행되면 조직의 안정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총장으로서의 첫번째 과제는.
“기본적으로 검찰 임무는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법질서 확립 못지않게 인권보장이나 국민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을 잘하는 게 우리 본연의 임무가 아닌가”.
정부가 바뀌면서 인권보다 공안을 중시한다는 평이 있다.
“전시라면 모를까 공공의 안녕이 인권보다 더 중시된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개별 업무에서 인권이 침해된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쪽이 더 강조되고 나머지가 덜 강조된 경우는 없다고 본다. 공안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지켜진다. 도둑이나 강도가 날뛰면 인권이 잘 보장되기 어렵다”.
중수부가 존치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검찰 본연의 임무 중 하나가 부정부패를 다스리는 것이고 그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는 어딘가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두든가 (그렇지 않으면 중수부가 있는) 대검찰청에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 잘 검토해서 좋은 결론이 나오게 하겠다”.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제가 직접 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 절차 등의 면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검찰을 사랑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게 하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 이 언급되고 있다.
“지금 재판 중이라 제가 이러다 저렇다 얘기하기 적절하지 않다. 재판에서 그대로 되면 총장 내정자가 압력을 넣었다 할 수도 있고 다르게 나오면 잘못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다”.
기수 파격 인사인데 동기의 거취 어떻게 보느냐.
“각자 철학이 있고 검찰 조직을 사랑하니까 거기에 맞추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경륜이 조직에 필요하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할 부분이다”.
천성관, 그는 누구인가?
온화하고 겸손한 성격에 합리적인 성품의 외유내강형이다. 꼼꼼하고 치밀하면서 균형감각이 뛰어나 현안 분석 및 대처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평소 부하직원들의 애로사항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대인관계가 원만해 검찰 내부에 적이 별로 없다고 알려졌다.
1999년 대검 공안1과장과 2001년 서울지검 공안부장, 2002년 대검 공안기획관을 역임하는 등 지방 부장검사 승진 이후 거의 모든 보직이 공안 계통일 정도로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작년 수원지검장 재직 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원정화 간첩사건'을 지휘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특별수사 분야 경험은 덜하지만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용산참사' 사건 등 주요 사건도 무난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은 부인 김영주(51)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 프로필 충남 논산(52ㆍ사시22회), 경기고, 서울대 법대, 여주지청장, 수원ㆍ부산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수원ㆍ부산지검 2차장, 울산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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