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0년 3월1일까지 69일간 ‘변신, 신화에서 생활로’ 특별전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2010년 경인(庚寅)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우리 생활문화에 깃든 호랑이와 관련된 상징체계의 다양한 변신 형태를 시각적 자료를 통해 조망하고자 마련됐다. 생태적 특성에서 유래된 호랑이의 신격화, 생활문화 곳곳에 자리한 호랑이의 벽사 기능, 다양한 이야기나 그림에 보이는 호랑이의 인격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상징화된 호랑이의 이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십이지의 세 번째 동물인 ‘호랑이’가 추상적인 관념 속에서만 머문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이 된 호랑이
십이지(열두 띠) 속의 호랑이는 쥐와 소를 이은 세 번째 동물로서 시간적으로는 음력 정월과 오전 3~5시에 해당되고, 공간적으로는 동북동쪽을 가리킨다. 호랑이의 위협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에는 호랑이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두려운 존재에서 든든한 수호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마을 뒷산에 자리했던 산신각에 모셔진 산신도가 바로 그것이다. 호랑이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한 산신과 함께 그려져 있는데,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산신의 사자로 여겼다. 또한 호랑이는 용 주작 현무와 함께 사신으로서 서쪽 지킴이 역할을 하였다. 고구려 무덤벽화나 도관에 보이는 백호, 제례악기인 어디에서도 호랑이를 볼 수 있다. 왕의 무덤을 지켜준다는 석물 중의 석호 역시 호랑이다.
현재 남아 있는 생활 관련 자료들을 보면, 호랑이는 일반적으로 맹수로서의 용맹성에 기대어 주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이로운 존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물 불 바람에 의한 재해를 막아준다는 부적인 ‘삼재부(三災符)’에는 보통 머리가 셋 달린 매와 함께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호랑이가 잡귀를 몰아낼 수 있는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일상용품에 보이는 호랑이 문양에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신부 가마 위에 얹은 호랑이 가죽, 호랑이의 다리를 닮았다는 호족반, 호랑이 발톱 노리개 등이 그렇다. 어린아이의 머리쓰개나 바둑판, 베겟모 등에서 볼 수 있는 호랑이 문양에도 나쁜 기운을 막음으로써 좋은 것만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깃들어 있다.
또 다른 변신, 현대의 호랑이
옛날부터 호랑이는 이야기와 그림의 소재로서 자주 등장한다. 무서운 호랑이를 잡은 효자열녀로부터 은혜를 갚은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인간 세상의 모든 관계를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무관 관복의 흉배에 수놓아진 호랑이는 당시 관리들이 깔고 앉았던 호랑이 가죽과 함께 부귀와 권세를 상징한다. 무관들의 거처나 군대 시설물의 장식병풍으로 썼던 호렵도(虎獵圖)는 무관들의 용맹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한두 마리의 까치가 소나무 위에 앉아 아래의 호랑이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모습의 까치 호랑이 그림은 나쁜 기운을 막는 동시에, 새해를 맞는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맹호가 산림에 웅거하여 위세를 떨치거나 범이 엎드려 있는 형세는 풍수상의 길지로 여겼다.
현대에는 이전 시기와 달리 호랑이의 생태적 특성만을 가져다가 필요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용맹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은 신문광고, 축구협회의 엠블럼, 대학교 상징 동물, 부대마크, 달력 등 곳곳에 보인다. 포효하는 호랑이가 그려진 이발소 그림은 돈과 권력을 상징하고, 성냥 가방 목각 인형 연 등에 보이는 호랑이도 물건의 성격에 맞게 상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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