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팀 코리아’가 선전 중인 파리올림픽이 한창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을 친환경 대회로 치르기 위해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여러 노력을 추진했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의 평균 탄소 발자국, 즉 35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175만 톤)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먼저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했다. 경기장을 새로 지은 건 수영 경기가 펼쳐진 ‘아쿠아틱 센터’ 하나뿐이다. 주 경기장은 월드컵 준비 때 만든 경기장을 쓴다. 에펠 탑 앞 광장에서 비치 발리볼, 베르사유 궁전에서 승마, 콩코드 광장에서 브레이크 댄스 등 곳곳을 임시 경기장으로 활용했다. 이러다 보니 개최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총 88억 달러, 한국 돈으로 12조 원이 작은 돈이라 할 수 없지만, 직전 올림픽인 도쿄의 130억 달러, 그 이전 올림픽들과 비교해서도 2/3 수준에 불과하다. 비용도 아끼고 대규모 건설로 인한 탄소 배출도 줄이고, 일석이조다.
유일하게 새로 짓는 아쿠아틱 경기장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쓴다. 증·개축 한 경기장도 소재를 콘크리트, 철강사용을 최소화하고 목재나 천연재료로 대신했다. 경기장들 위치도 시내 중심부나 지하철역 가까이 있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를 최대한 줄이려 했다. 조직위는 선수들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에 도착하도록 독려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화제 됐던 골판지 침대도 재등장했다. 특히, 친환경 식단이 눈에 띈다. 80% 이상의 식재료를 프랑스 현지에서 조달하며, 25%는 경기장 반경 250km 이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한다. 또한, 모든 제품의 30% 이상은 유기농으로 제공됐다. 식단의 탄소 발자국을 이전 대회들보다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선수 식단의 33%가 식물 기반 식품으로 구성됐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건강에 좋은 식단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채식주의자와 비건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도 준비됐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반발이나 불편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대표적인 게 선수단 반발로 무산된, 에어컨 없는 선수촌이다. 파리 여름 날씨는 30도를 넘는다고 한다. 에어컨 없는 방에서 휴식과 회복이 어렵다는 불만이 커지자, 조직위는 선수단이 가져오는 이동용 에어컨을 허용하는 선에서 불만을 봉합했다. 하지만 비용은 참가국 각자 부담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두 계층의 올림픽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하라’는게 파리 조직위의 고집이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선수들의 편안함도 물론 존중하지만, 인류의 생존 문제를 더욱 생각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이 환경적인 관점에서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리는 왜 우리가 보기에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법까지 고집하며 친환경 올림픽을 외치는 걸까? 지난 2015년 파리에서는 지구 온도를 낮춰보자는 취지의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다. 총 195개국이 서명한 협정이었다. 이번 올림픽 개최지는 결정된 건 2016년 기후협약 체결 바로 다음 해다. 자국 도시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처음부터 친환경 대회로 콘셉트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올림픽은 개최될 때마다 환경오염을 불러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파리올림픽이 사실상 올림픽 역사 처음으로 탄소 중립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파리올림픽이 스포츠 이벤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기후 변화에도 대응에도 기여하는 올림픽으로 평가될지는 미지수다. 외국 한 언론은 파리올림픽 목조 경기장이 탄소 중립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러 불편과 반발에도 “불편쯤 감수하라”는 파리조직위의 고집이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의 절박함이 관심을 끌었다. 이런 인식 전환만으로도 파리올림픽의 도전은 의미 있다고 본다. 파리올림픽의 결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