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면서 수없이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반복하며 산다.
“아 그때 이렇게 할 걸”, “아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때를 그르치고 나서 뒤늦게 회한(悔恨:뉘우치고 한탄함)에 몸부림치고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말할 때 vs침묵할 때’, ‘주장할 때 vs 승복할 때’, ‘웃을 때 vs 울을 때’, ‘(주식, 부동산) 살 때vs 팔 때’ 등등.
정말 많은 ‘때’를 경험하며 거치며 살아간다. ‘때’를 영어로 표현하면 ‘타이밍’이다.
적절한 ‘타이밍’를 맞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수의 인원으로 당초 예상을 뒤엎고 역대 최고기록 타이를 기록한 2024 파리올림픽 후 일어난 일들을 보며 ‘때’ ‘타이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배드민턴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안세영 선수는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을 향해 ‘부적절한 선수관리 및 협회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비판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 뒤 “나는 7년간 선배들의 방청소, 빨래를 했다”는 세계 1위 안세영선수의 발언은 ‘아직도 그런 구습을 이어가는 조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듣는 이로 하여금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세계 13위의 인도 푸살라 신두(인도) 선수의 수입은 지난해 광고료와 스폰서십으로만 710만 달러(97억 원)로 상금과 연봉을 모두 합친 세계 1위 안세영 선수의 지난해 총수입 9억 원가량보다 10배 이상이라는 보도는 안 선수의 작심 발언이 얼마나 공감 가는 지 짐작케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국민 삐약이 탁구선수인 신유빈 선수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광고모델로 발탁됐고, 광고 모델료 일부인 1억 원을 탁구 유망주를 위해 기부해 호평받았다. 이어 GS25에서 ‘삐약이 신유빈의 간식타임’이라는 브랜드로 주먹밥 2종과 소용량 반찬인 컵델리 2종을 지난 21일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m 공기소총 은메달 리스트인 김예지 선수는 일론 머스크가 X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다.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댓글을 남겼고, 미국 NBC가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화제성 스타로 선정되면서 급기야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화보 모델이 되는가 하면 예능은 물론 게임회사, 미국 기업의 광고, 드라마 출연제의 등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수들에 비해 종목 성적으로만 훨씬 좋은 성과(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 금메달)를 낸 안세영 선수는 초라함, 그 자체이다.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안세영 선수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배드민턴협회의 괴상한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 ‘때’가 ‘왜 하필 그때였을까’ 하는 것이다.
안 선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의 생각을 전하면서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됐다”면서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작심 발언 시점이 올림픽기간 동안 축하와 격려를 다 같이 받고 난 후였든지 타 종목 선수들이 국민적 환호와 광고 등 스폰서 계약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배드민턴은 이게 아니지 않나요?”라고 문제제기를 했더라면 그 파급효과는 지금의 열배 백배는 되지 않았을까.
여기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때’를 그르친 잇단 언행도 영 못마땅하다. 안 나서도 되는데. 나서려면 제대로 나서지 어설프게 ‘안세영 비난’ 조의 입장으로 나서고 올핌픽 해단식도 ‘때’를 그르치며 엉터리로 진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안세영 선수 논란과 관계없지만 작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 후 구청장 보궐선거 입후보, 총선 앞두고 의대증원 논란,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 ‘때’를 그르친 잇단 ‘본헤드’ 플레이로 오늘날의 국민의힘이 되어버린 상황이 오버랩된다.
‘때’를 그르치면 뒤늦게 후회하고 한탄할 일만 생긴다.
‘때’와 ‘타이밍’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않나 싶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