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오는 9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중·저소득층 가구가 서비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소득’ 부모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 신청 대상은 만 12세 이하의 아동, 또는 출산 예정인 임신부가 있는 서울시민으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은 20~30대 부모들이다. 또 한부모, 다자녀 가구 등이 우선으로 선정된다.
지난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751 가구 중 318곳(43%)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였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 3구 가구가 더 적극적으로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는 점이 통계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가구 중 강남 거주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로 고소득층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 엄마'들이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해 돌봄·가사 서비스보다는 어린 자녀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지를 살펴보고 있어 ‘저출산 극복’이라는 당초 취지도 무색해진 모양새이다.
이렇게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본래 취지와 달리 ‘강남 엄마’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급여를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개편하는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 고용부와 서울시가 주관하는 해당 서비스엔 총 751 가구가 몰렸다. 100명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숫자를 고려하면 경쟁률이 7.5대 1에 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 자격으로 입국한 아이 돌봄 전문 인력으로, 서울시민의 가정에서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는 맞벌이 부부 대다수는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다. 근데 맞벌이 부부의 가사·돌봄 부담을 낮춘다는 건 모순이 있어 보인다.
현재 책정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급은 1만 3,700원(최저임금, 4대 보험료 포함된 금액)이다. 주 5일 근무에 하루 8시간 가정하면 월급은 238만 원이다. 맞벌이 부부 기준을 해도 한쪽이 최소 300만 원은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처음부터 저소득층은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
국내 3인 가구 중위소득이 471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 238만 원은 일반적인 가구의 소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중·저소득층 가구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약 50년 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이용이 활성화된 나라도 이들의 월급이 40만~70만 원대를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이 높게 책정되며 고소득층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들려오고, 자칫 국내 도우미 시장의 단가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등의 평균 시급은 1만 6,000원 선이다. 육아 커뮤니티에는 “한국인 도우미 급여 올려야 하나” 고민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가사 서비스를 통한 육아 부담 완화 취지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 30원까지 인상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의 기간은 6개월이나,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확대 계획에 따라 내년에도 또 다른 가사관리사들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포함하면 시범사업보다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