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최근 어린 학생이 아파트 고층에서 물건을 투척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 김포시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 어린 학생들이 물건을 투척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3명이 단지 1층에 보관 중이던 킥보드를 훔친 뒤, 아파트 15층에서 창밖으로 투척한 사건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고층에서 투척하였기에 누가 만약에 맞았더라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킥보드가 낙하한 장소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로 놀이터 주변이었다.
경찰은 해당 초등학생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았지만, 입건하지 않고 부모에게 인계해야만 했다. 이들은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이기 때문에 훈계하는 것 외에는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에 대해서는 어떤 형사처벌 및 보호처분도 내릴 수 없다며, 보호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유일한 구제 방법이라고 말한다.
즉,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감독 의무자(해당 부모)에게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법범소년’이라도 민사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소년법’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형사 책임이 인정되는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미만의 소년은 형사 책임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범법소년’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지만,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은 어떤 처벌도 불가이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킥보드 주인은 사건 이후 온라인을 통해 “아이들이라 처벌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이게 자신감이 돼 더한 짓을 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고층에서 투척한 돌에 맞아 지나가던 70대 남성 주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학생들도 만 10세 미만이라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기에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과거에는 아동 청소년의 범행이 가볍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촉법소년’들은 성인보다 더욱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그 수법도 잔혹해지는 경우가 일부 적지 않다. 이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학교폭력 관련 검거 건수는 총 1만 5,438건으로 2022년보다 1,006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이 5,00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4,915명, 고등학생 3,815명, 초등학생 1,703명 등이었다. 특히, 최근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딥페이크 불법 범죄는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독 10대가 많아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예방책 마련과 동시에 진화하는 디지털 범죄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검거된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는 318명으로 집계됐다. 피의자 중 10대는 251명(78.9%)이었다. 이 중 63명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었다. 촉법소년은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아 최장 2년간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다.
경찰청은 연령별로 소년범죄 요인이 다른 만큼 연령과 범죄유형 등 소년범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든 촉법소년이 그 취지의 선을 넘어섰기에 행동에 따른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법이 강화돼야 한다. 촉법소년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서 엄중한 법의 잣대를 통한 처벌 기준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범죄는 어느 한 개인의 노력이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