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제정세와 관련 중요한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여 지원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만약 무기 지원을 결정한다면 방어무기를 우선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군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 지원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적, 경제적 지원에 한정하던 지금의 방식에서 한발 나아가 직접 무기지원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우리나라 안보에 미칠 잠재적 위협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사해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민간인 공격’ 등을 전제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고수해 온 ‘살상무 기 지원 불가’ 방침의 변경을 열어둔 발언이었다. 이 발언을 두고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일정 부분 전쟁 개입’이라고 즉각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공식적인 직접 지원은 방탄헬멧, 전투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차원의 군수품 지원에만 한정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파병이 공식확인된 후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이나 전황 분석단 파견을 예고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귀환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대선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레토릭’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전쟁 종결 방법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결과가 확정된 후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약 20% 점령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하는 전쟁 동결을 권고하고 있다”며 트럼프 캠프가 일단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트럼프 첫 행정부에서 일했던 키스 켈로그와 프레드 플라이츠는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 회담에 동의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보류를 포함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결과와 한반도 질서 변화’ 토론에 참석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북한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총장은 “임기 초부터 역량 과시를 위해 러-우 전쟁 종식에 집중할 것”이라며 “방법은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고 휴전협상을 중재하며 일부 대러 제재를 철수하는 등 한마디로 러시아가 바라는 종식 방법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유주의 가치를 토대로 한 한미동맹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나, 일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한국의 대외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동맹 존중’, ‘글로벌리즘’으로 대표되는 레이건·오바마·바이든의 미국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이번 대선이 트럼프의 의제가 미국의 ‘대세 의제’가 되었다는 방증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신줏단지처럼 모신 발전, 안보, 이념의 조건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총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바이든 정부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트럼프는 아주 소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대중견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 시에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보루 미국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우리만큼 절실할 수는 없다. 동맹의 틀에만 기대 미래를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과연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인지 성찰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