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국방부가 GOP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임모(22)병장을 검거한 뒤 후송 과정에서 '연기자'까지 동원해 언론을 따돌리고 국민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동부전선 GOP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사상케한 임 병장이 군과 대치한 지 이틀만인 지난 23일 오후 인근 야산에서 군에 의해 생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 병장은 자신의 가슴과 어깨 사이에 총을 쏴 자살을 시도해 심한 부상을 입었고 군은 헬기와 구급차를 동원해 임 병장을 강릉국군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정확한 상태는 아무 것도 모른다.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임 병장이 아산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50여명에 달하는 언론사 취재진들은 아산병원과 국군병원으로 분산돼 임 병장을 실은 군 구급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 구급차 2대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강릉 아산병원을 향해 출발했고 취재차량들이 줄줄이 그 뒤를 따랐다. 또 이동하는 길목마다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 신호를 통제, 임 병장을 실은 구급차의 진로를 터줬다.
그런데 후송차량은 당초 목적지로 예상됐던 아산병원을 그대로 지나쳐 동인병원으로 향했고, 다시 동인병원 주변을 맴돌다 병원 뒤편 산길로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이동경로 길목마다 대기하고 있던 차량이 한 대씩 불쑥 나타나 비상등을 켠채 취재차량의 진로를 방해했으며 그 사이에 산길을 돌아 대로로 빠진 군 구급차는 사이렌소리를 끈 상태로 다시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이뿐 아니라 많은 언론에서 부상당한 임 병장을 후송하는 사진으로 보도한 모포를 덮은 환자가 실린 들것에는 실제론 임 병장이 아닌 여장교로 추정되는 대역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의 한 관계자는 “모포 아래 누워 있던 사람은 임 병장이 아니다”고 확인했고 또 군 관계자와 통화에서 “임 병장은 과다출혈 때문에 계속 링거를 꽂은 상태로 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당시 수술을 준비했던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 역시 “국군병원에서 수술라인(링거)을 잡고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에 있던 응급환자를 링거도 꽂지 않고 들 것에 실어 이동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포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들것에 실려 나간 것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한 군 당국의 눈속임 작전이었던 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강릉 아산병원에서 ‘가짜 임 병장’을 연출한 것은 환자 이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응급실 길목이 좁아 가짜 환자를 통해 연출하고 임 병장은 다른 통로로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방부 관계자는 “아산병원에서 요청해 가짜환자를 연출한 것이지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면서“위급한 상황에서 (그렇게)할 수밖에 없던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