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의 최측근인 이석환(64) 금수원 상무가 25일 전격 체포됐다.
검찰·경찰에 따르면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호수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이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씨 지인 등을 상대로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실시간 추적한 끝에 딸과 만나려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별다른 저항하지 않고 체포에 순순히 응했으며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내에 편성된 태스크포스(TF)팀으로 압송됐다가 수배관서인 인천지검으로 신병이 인계됐다. 이날 저녁 인천지검에 도착한 이씨는 취재진으로부터 '유 전 회장의 소재지를 알고 있나', '유 전 회장과 마지막 연락은 언제했나' 등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씨는 금수원 상무뿐만 아니라 유 전 회장 계열사인 '에그앤씨드', '늘징글벨랜드'의 대표이사를 맡은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씨가 유 전 회장의 도피 과정에서 구원파 신도들간 연락을 조정하고 역할을 지시하는 등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와 S염소탕 식당을 관리·운영하는 변모(61·구속기소)씨 부부를 통해 '숲속의 추억' 별장에 유 전 회장을 도피시켜 은신처를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남 해남이나 목포 등에 위치한 구원파 신도 자택이나 조력자들이 마련해 준 거처에서 유 전 회장이 숨어 지낼 수 있도록 도피를 도운 것으로 의혹이 짙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씨가 소유한 승합차와 이를 뒤따르는 1t 트럭을 해남군과 영암군 지역 곳곳의 폐쇄회로(CC)TV에서 발견, 유 전 회장을 승합차에 태우고 은신처로 이동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씨가 유 전 회장 도피와 관련된 연락 수단으로 손자 명의로 된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도피 자금을 마련, 전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더불어 이씨는 유 전 회장의 '검은 돈'을 관리하는 자금책으로도 지목된 인물이다.
이씨는 이른바 '신엄마'로 불린 신명희(64·여·구속)씨와 함께 측근 4명의 명의로 유 전 회장 차명 재산을 관리한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가 유 전 회장 지시를 받아 경기 안성시 금광면에 소재한 H아파트 224채(시가 199억4000만원 상당)를 차명으로 매입, 보유하는데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유병언 일가 관계인 중 이씨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여신 금액이 92억원으로 가장 많은 만큼 자금의 일부가 유 전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가 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씨를 상대로 유 전 회장 도피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역할과 도주경로, 은신처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유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자금책 역할을 해온 만큼 유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차명재산 관리 형태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르면 오는 26일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상황에 따라 이씨에게 범인도피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또는 횡령·배임 혐의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혐의사실과 관련해 "현재 확실한 건 범인도피"라면서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선 "조사해봐야 한다. 쉽게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검거전담팀은 이날 오후 3시께 전북 익산시 모현동 일대에서 유 전 회장 계열사인 ㈜흰달 대표인 조모(63)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조씨 부부는 자신이 소유한 경기 분당구 소재 모 주상복합아파트를 유 전 회장 부인 권윤자(71·구속)씨에게 은신처로 제공한 혐의(범인도피은닉)를 받고 있다. 권씨 체포 당시 아파트에는 도피자금으로 추정되는 1억원대 현금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조씨 부부를 상대로 권씨의 도피를 도운 경위와 돈의 출처, 유 전 회장 행방 등을 조사한 뒤 금명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