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달 뒤 민주신당 내 치열한 사투속에 살아남은 단독후보는 이미 그 끝을 찾기 힘들정도로 앞서가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한판대결을 펼쳐야 한다. 민주당도 있다. 민주당 조순형 예비후보는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또다른 세를 형성하고 있고 잃어버린 10년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고 있다. 이인제 예비후보의 파워도 막강하다. 과거 대선에 나가 500만표를 획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이다. 현재 컷오프를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대선출마 경력도 없고 지지율마저 3~5%에 그치고 있는 민주신당 내 후보보다 경륜에 앞서있다. ‘이명박 대항마’는 누가 될 것인가? 앞길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5룡의 전쟁’
손학규 후보는 3선 의원,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력이 화려하다. 경기도지사 시절 외자유치, 일자리 창출로 주목받고, 퇴임후 ‘100일 민심대장정’의 테마형 행보를 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앞세운다.
과거사가 최대 쟁점이다.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14년의 세월과 어록’은 범여권 후보로서의 정체성 문제로 불거진다. 손 후보는 지난해 10월 북 핵실험 직후 “남북협력을 전면 동결해야 한다”고 강경론을 폈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구속하며 외국 투자가 들어오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재벌 특혜성 발언을 한 것도 논란거리다.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에는 JP와 연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인지 의아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공격수’로 나섰다. 손 후보는 앞서 2일 “정치적 대결구도 안에서 도구나 부속물이 돼서 제 자신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경우도 많이 있었다. 마음이 상해 있었던 분들에게 대선 승리를 통해 빚을 갚겠다”고 사과했다.
한나라당 전력으로 인한 정체성 논란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컷오프를 통과했다고는 하나 막판 지지율을 이끌어 낼지가 문제다. 청와대와 범여권에서는 “손학규가 왜 범여권이냐”라며 노골적으로 따돌리고 있고, 더욱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범여권 품에 안긴 철새정치인이라는 꼬리표도 그에게 붙어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386의원들이 대거 캠프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도권단체장을 지낸 탓에 지역기반이 약한데다 이명박 후보측의 탄탄한 조직과는 비교할 바 못된다. 단독후보로 지명될 경우, 민주신당의 기반을 등에 엎게 되겠지만 손 후보의 필승을 은근히 시기하는 세력을 감싸 안는 것이 그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정동영 후보는 ‘평화경제론’과 ‘중통령의 시대’가 슬로건이다. 통일부 장관 시절 개성공단을 가동시킨 추진력을 앞세우고 중산층, 중소기업, 중용으로 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방송사 앵커 출신으로 15,16대 총선 최다득표 당선, 민주당 정풍운동 리더,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주목받았다.
화려한 이력에 비해 정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바닥권이다. 정 후보는 올해 민주당 분당과 정풍운동에서 상처를 주고, 대북송금 특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당의장 2번,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가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크다. 신기남 후보는 “정치적 자산을 부정하는 이력서 지우기”라고 꼬집는다.
참여정부 ‘2인자’였던 그가 비노로 변신한 것을 두고 ‘기회주의’라는 야박한 평가도 나온다. 당의 주류로 최대 계파(조직)를 선점해온 점, 중도를 내세우면서 오랜 시간 모호한 정체성으로 일관해온 점, 2004년 17대 총선 직전의 ‘노인 폄훼’ 발언도 아킬레스건으로 도마에 오른다.

비노로 돌아서며 친노세력을 적으로 돌린점 등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천신정’으로 불리며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으로 공신록에 올랐으면서도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점은 치명적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링컨’ 기용론을 꺼내들며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의 장관기용에 후회한다는 듯한 발언을 해 이미 금이 갈때로 간 상태임을 시사했다. 지지율이 약한 가운데 어찌됐든 노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는 그에게 큰 도움이기 때문.
반면 이해찬 후보는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이 이 후보를 돕겠다며 캠프행을 택했고, 김현 전 대통령 보도지원비서관도 캠프내에 둥지를 튼 상태다. 여기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의 가신들로 구성된 최대조직인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안희정씨가 공개석상에서 그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세를 불리고 있는 상태.
이 후보는 ‘민주정부 10년 계승’을 내걸었다.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그는 국회의원 5선과 정책위의장 3회, 서울시 부시장,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국정경험이 풍부하다.
‘취미활동’으로 밝힌 골프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이 후보는 총리 시절 ‘산불 골프’(2005년 4월5일), ‘수해 골프’(7월2일)에 이어 철도 파업중인 2006년 3월1일 부산에서 지역상공인들과 ‘부적절한 골프’를 즐겨 논란을 빚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 후보는 “총리를 그만둘 때 여러 차례 사과했다”면서도 “언론은 그것을 통해 총리를 너무 흔들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과를 많이 했더라도 이해찬=골프파문 이라는 꼬리표에서 그는 벗어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그가 풀어야할 최대 과제인셈.
교육부 장관 시절인 99년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전형’을 발표, 당시 느슨한 공부 분위기와 학력 저하 문제가 제기되며 ‘이해찬 세대’란 말이 나왔다. 국회의원 5선을 빼고는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고, ‘날카로운 정책가’ 이미지로 비쳐지듯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친화력 문제도 지적된다.
여기다 버럭총리로 불리며 의원들에게 미움을 산점. 참여정부 실패론 속에 실세총리로 불리며 핵심브레인을 한 점 등은 그에게 실이 되고 있다.
유시민 후보는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에서 호감, 비호감층이 극명하게 나뉘는 쪽이다. 스스로 정치적 진로를 “상처 난 데 소금을 뿌려대는 역할”로 설정하고 ‘실명비판’ ‘면전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결과다.
2003년 면바지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선 것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나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 “보수언론은 우리 사회의 불관용 분위기를 선동하는 독극물”로 표현한 잇단 독설과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한다”는 내부 역공은 그에게 정치적 ‘마니아층과 왕따’를 함께 경험토록 했다.
칼럼니스트, 방송 시사토론 진행자 출신으로, 2002년 개혁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대선출마후 “노무현 주식회사 상무에서 유시민 주식회사를 창업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 빛과 그늘을 과제로 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컷오프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정치적 스승’인 이해찬 후보와 경합을 벌이며 컷오프를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여권 경선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히는 그는 컷오프를 거치면서 전략 기조를 ‘우승 야망을 가진 페이스메이커’에서 ‘본경선 초반 4연전 1위’로 수정하는 등 범여권 신당의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국현도 있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지난 8월 20일 이후 가장 많이 들린 이름은 뜻밖에도 이명박이 아니라 문국현이었다. 왜 문국현인가. 그는 IMF위기 때 정리해고 대신 일자리 나누기로 인간 경영을 했고,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숲가꾸기 운동을 한 사람이다.

수치보다 단 1주일만에 무소속의 문국현이 민주신당, 민주당 후보와 겨룰 정도로 비중 있는 후보로 언론에 의해 자리매김 되어졌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네티즌들의 폭발적 관심과 범여권 정치인들의 잇따른 지지의사 표명, 시민사회와 학계인사들의 캠프 합류 등을 감안하면 문국현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는 셈. 특히 문 전 사장은 반이명박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반노무현의 반사이익을 챙겨왔다면 문 전 사장은 반이명박의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반이명박으로 시작된 문 전 사장의 기대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 전 사장의 기대기는 사뭇 가벼우면서도 날카롭다. 이 후보의 토건적 개발에 대해 친환경 경영을 내세우고 이 후보의 대기업 중심에 대해 중소기업 중심을 내세우며 이 후보의 물량 중심에 대해 인간 중심을 강조하는 식이다.
21세기인 지금 누구의 방법이 더 올바르고 효과적인 ‘경제 살리기 방식’인지 대보자는 식이다. 이 후보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공격인 것이다.
실제 출마 후 행보도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멘트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청계천 평화시장(24일)에서 출발했다. 서울숲(26일,환경)-‘대구 염색공단’(29일,중소기업)을 찾고 민주신당 이인영 의원(경제민주화), 민주당 김종인 의원(8% 경제성장), 민주노총 이수호 전 위원장(비정규직)과의 ‘테마 논쟁’도 이어갔다. 이제껏 독점해 온 ‘경제 전문가 이미지’도 ‘도덕성은 좀 부족해도 경제만큼은 제대로 살려놓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이심전심 양해론’도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탓인지 당장 민주신당 내 저변의 동조세도 적잖다. 원혜영, 이계안 의원은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원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밖에서 블루 오션을 개척중이지만, 범여권과 무관한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며 ‘장외(場外) 주자’ 지지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정세균, 유인태, 최재천, 김영춘, 김효석, 김종인 의원도 우호그룹으로 분류된다. “예비경선(9월5일)이 끝나고 ‘커밍아웃’ 하는 사람이 10여명에 이를 수 있다”(원 의원)는 주장도 나온다.
관심사는 문 전사장의 ‘향후’다. 민주신당에선 “어느 시점에서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본경선) 무임승차는 안된다”는 반론도 매섭다. 이해찬 후보는 “민주주의 원리상 맞지 않아 현실적으로 들어올 방법이 없다”, 손학규 후보측 전병헌 의원은 “합류하려면 정정당당한 절차를 따르는 게 좋다”고 밝혔다.
문 전 사장은 일단 지난 2일 지지모임 ‘창조한국’을 출범시키는 등 일단 독자행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월말쯤 후보단일화 하는 카드를 유력하게 보는 듯하다. 그는 “새로운 미래세력의 결집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완주하겠다”며 신당 창당 의지도 비췄다.
관건은 ‘의미있는 지지율’이다. 문 전 사장 측에선 “본경선 전까지 지지율 5% 이상이 목표”(원혜영 의원)라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이 목표를 실현하느냐에 따라 그의 보폭과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심상치 않은 탄핵주역
“대선에서 승리해 민주당의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아야 하며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통성에 있어 내가 적임자”. 5일 민주당 예비후보 조순형 의원의 말이다.
조 의원은 이날 경기도 수원의 도당을 방문하기 앞서 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50년 전통의 민주당에 오래 남아 지키고 있고, 25년 정치역정에서 부정에 연루된 적이 한번도 없으며 국가 최고 지도자에 필요한 연륜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집권당이 되었지만 대통령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17대 대선 승리로 과거 영광을 되찾고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는 국회의원 숫자는 별 의미가 없고 전국적으로 열성적인 당 동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우리 민주당은 50년 전통의 정당으로서 많은 동지와 조직력을 갖춰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자신감처럼 조 후보는 탄핵의 주역이다. 반 노무현 정서가 어느때보다 고조돼 있는 이시기. 조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 포인트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항마로 나서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6일부터 민주당 본경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당초 제주에서 시작하기로 했던 순회경선 일정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으로 변경된 것을 놓고 조순형 후보와 나머지 네 후보 사이에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인제, 장상, 김민석 후보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경선 일정변경은 원천무효”라며 “당 지도부가 조 후보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후보측은 “조 후보가 제주 경선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게 중론”이라며 “조 후보의 선친인 조병옥 박사가 제주 4.3 사건 강경진압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폈다. 3인 회동에서 일부 후보는 경선 불참까지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후보측 관계자는 “제주 경선 연기를 요청한 게 아니라, 광역단위 순회경선인 만큼 제주와 광주, 전남을 묶자는 방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4명의 후보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경선 룰이 잇달아 조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로 변경돼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론조사 반영을 놓고 조 후보측은 20% 이상 반영을 요구했다. 이에 신국환 후보 등이 여론조사를 아예 빼야 한다고 맞섰으나, 민주당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15%로 정했다. ‘이명박VS?’ 물음표 안에 새겨질 이름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