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K텔레콤 고객 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이 정도로 큰 사고를 내고 이 정도로 부실하게 하는 부실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됨에 따라 출석여부 및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정원, SK텔레콤 유심 교체 권고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해 전 정부 부처에 업무용 기기 SK텔레콤 유심(USIM) 교체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부처는 내부와 산하 기관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국정원은 공문에서 “최근 유심 정보 유출 사고 관련해 SK텔레콤 유심을 사용하는 업무용 단말·기기를 대상으로 다음의 안전 조치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내용은 ▲무선 통신망 기반 영상신호 전송, 교통신호 제어용, 원격계측·검침 등에 활용되는 LTE(4G)·5G 라우터(공유기)의 유심 교체 ▲업무용 휴대폰·태블릿, 4G·5G 에그 등 모바일 단말기기의 유심 교체 등이다. 아울러 “유심 교체 이전까지 업무용 단말·기기를 대상으로 ‘유심보호서비스’ 부가 서비스에 가입하라”며, “법인 명의 다수 등록 기기의 경우 일괄 조치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외교·국방·통일부는 이미 일부 업무용 휴대전화,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유심을 교체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공문을 받고 해당 내용을 내부는 물론 각 산하 기관에 전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는 국정원 지침을 내부에 전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부, 소속, 산하 기관에 SK텔레콤 업무용 휴대전화나 태블릿 사용 현황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업무용 휴대폰을 쓰는 직원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황 파악은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해지위약금 면제 요청...SK텔레콤 묵묵부답
고객들은 단기간에 유심 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따라 타 통신사 이동을 원하는 가입자들의 해지 위약금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 이동전화 이용약관에 따르면 가입자의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크게 5가지로 ▲통화품질 불량 사유로 신규 가입일로부터 14일 내 해지 ▲고객의 사망, 이민 등 사유 해지 ▲고객이 가입시 약정기간 및 위약금 인지 못했을 경우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관련 중요 사항이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된 걸 고지받고 2개월 이내 해지할 경우 등이다.
이번 사안은 회사의 귀책 사유로 해지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서버 해킹에 따른 가입자 유심정보 유출과 유심 교체 물량 부족에 따른 대기 사태를 SK텔레콤의 관리 소홀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장의 고객 불편 보다는 위약금 면제 결정시 적지 않은 손실을 먼저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위약금 제도는 기기값을 할인해주거나 이용료를 할인해 주는 대신 약정 기간 동안 가입자를 묶어두는 이탈 방지 효과가 크다. 따라서 상당수 가입자가 위약금 면제로 일시에 경쟁사로 넘어갈 경우 이미 집행된 지원금은 고스란히 해당 통신사 손실로 잡히게 된다.
SK텔레콤은 현재 2,3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 40%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과기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휴대전화 회선수는 전체 회선의 40.4%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42.9%, 2022년 41.9%, 2023년 40.9% 등 해마다 감소세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위약금 면제 방안에 대해 외부 법률 자문 검토에 들어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오전 중 법무법인 세 곳에 (SK텔레콤 위약금 면제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SKT 엑소더스 현실화...최태원 회장 증인채택
지난 4월 SKT 가입자 11만 명이 줄었다. 이는 전월보다 8.4배 많은 수치로 해킹 사고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KT로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8만6,005명, 알뜰폰으로는 5만5,043명이 옮겨갔다.
이같은 가파른 가입자 이탈은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의 순감 중 대부분이 유심 무상 교체 이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심 무상 교체 첫날인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9만333명이 순감했다. 28일은 2만5,403명, 29일 3만2,640, 30일은 3만2,290명이 순감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진행 중인 후속 대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 사실에 대한 문자 고지 등도 늦었다는 지적이 많고, 유심 무상 교체도 재고 부족으로 인해 수만 명 이상 대기열을 유발하는 등 이용자 불편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들까지 고려하면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약정 기간 내 번호이동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면제해 줄 경우 ‘가입자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SK텔레콤 단독 청문회’를 5월8일에 열기로 의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 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안건 상정·가결 전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불출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치과 치료를 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최 회장을 출석시켜달라. 제가 판단하기에는 딱 떨어지는 내부 규칙이 있는데도 답을 못하고 질질 끄는 것은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오는 5월8일 오후 2시에 SKT 단독 청문회를 하겠다”고 밝혀, 최태원 회장의 청문회 출석 및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