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영결식 이후 발인…장지까지 운구 행렬 이어져
이재용 등 유족, 삼성 사장단, 기업인 등 영결식 참석
화성사업장서 전현직 임직원, 협력사 직원들도 인사
추모영상서 소년 이건희, 경영인 이건희 등 모습 조망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한국 재계의 거목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수원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영결식이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건물 쪽에 들어섰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신세계그룹 회장, 조카 이재현 CJ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재계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영결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진 장례처럼 비공개로 진행됐다. 영결식은 유족 및 삼성 사장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진행됐다.
삼성에 따르면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의 약력보고,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 회장의 이건희 회장과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메인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그리고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김 회장은 고인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하고,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던 모습을 본 이 부회장의 고교 은사 한우택 선생님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창업자인 부친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모 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오전 8시21분쯤 상주 이재용 부회장과 다소 수척해진 모습의 홍라희 전 관장, 울음을 참는 듯한 이부진 사장, 굳은 표정의 이서현 이사장 등 순으로 이 병원 밖에 나와 미리 준비된 유가족용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부회장의 자녀인 지호 씨, 원주 씨 등은 장례식장 입구 인근에 마련된 별도 유가족용 버스에 탑승했다. 유가족용 버스는 발인 이후 운구차 출발을 기다리기 위해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왔다.
이후 발인까지 마친 뒤 오전 8시50분쯤 장례식장에서 운구차가 출발하며 유족용 버스 등이 뒤따르는 운구 행렬이 출발했다.
운구 행렬은 오전 11시부터 약 25분간 화성사업장을 돌았다.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회사에서 준비한 3000여송이의 국화를 받아 들고, 약 2Km에 달하는 화성캠퍼스 내 도로 양편에 4~5줄로 서 있었다.
오전 11시께 운구행렬 도착 직전에는 라인 근무자 등 더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고인의 마지막 출근길을 지켜봤다.
고인이 2010년과 2011년 기공식,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했다.
이곳에서 과거 16라인 방문 당시의 동영상이 2분여간 상영됐고,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버스 탑승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했다. 임직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자리에는 전현직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 수천여명의 직원들 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나와 고인을 배웅했다. 육아 휴직 중임에도 직접 나온 임직원도 있었고, 인근 주민들도 나와 고인과 작별인사를 했다.
고인은 2004년 반도체 사업 30주년 기념 행사를 포함해 2003년, 2010년, 2011년 등 화성캠퍼스에 4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운구 행렬은 최종 목적지인 장지로 향했다. 장지는 집안의 윗대 어른들을 모신 경기 수원의 삼성가 선영이다. 유가족을 비롯해 삼성 사장단 또한 장지까지 가며 고인의 마지막길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