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셀러 열풍
신윤복 열풍의 시작은 이정명 작가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었다.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잇따라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되면서 신윤복이 문화계의 이슈 중심에 서게 됐다. 이처럼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들이 국내 국외작 모두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작품이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주목받고 있다.
손예진의 연기변신으로 화제가 된 ‘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 작가의 인기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평과 함께 손예진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극장가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역시 개봉 전부터 영화제등에서 상영하면서 소설을 읽었던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국내에서 흥행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트와일라잇’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잇는 인기 소설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독자들을 사로잡았었다. 미국에서는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레저베이션 로드’는 ‘호텔 르완다’를 통해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선사한 테리 조지 감독의 영화로 원작 소설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는 발간 당시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작품으로 뽑히며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극장 흥행은 다시 서점으로 이어져

소설의 인기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고 또 영화의 인기가 소설 판매에 재영향을 미치는 이 같은 원리를 잘 이용하면 안전하게 흥행에 안착할 수 있다. 내수 시장이 작은 국내 문화계에서 원작의 유혹은 그래서 강렬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원작에 의존하는 형태의 제작방식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거듭되는 리바이벌은 일종의 반칙이라는 것. 탄탄한 창의력을 바탕으로하는 체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코드의 재발견과 창조의 고통 없이 손쉽게 원작을 되풀이해 연주하는 것은 문화적 토양을 오히려 팍팍하게 만든다는 비판과 우려도 많다.
감독 겸 배우 팔방미인 늘어나
하지만 ‘다찌마와 리’의 류승완 감독,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 헐리우드의 멜 깁슨처럼 연기와 연출을 모두 소화해내는 만능 재주꾼들의 존재는 창의력 부재라는 영화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최근 개봉한 ‘기방 난동 사건’의 여균동 감독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청룡영화제 신인상까지 받은 배우로 활약했다. ‘순정만화’의 유지태 역시 배우뿐만이 아닌 감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연기와 연출을 겸하는 배우 겸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사랑하기로 유명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 또한 ‘헨리 5세’, ‘햄릿’을 통해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많은 상을 거머쥐었으며 연극적인 구성의 영화를 어느 감독보다 잘 연출해 내기로 정평이 나있다. 배우로도 활동이 활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잘난 척 심한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로 나왔다. 연출작 ‘추적’ 또한 최근 개봉했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전명 발키리’를 통해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개봉을 앞둔 ‘트리픽 썬더’의 벤 스틸러 또한 연기와 연출을 겸하며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 영화 인생을 살고 있는 감독 겸 배우로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불황엔 코미디와 멜로
불황기에 전성기를 맞는 특유의 장르인 멜로와 코미디가 오랜만에 부활의 조짐을 맞고 있는 것도 최근 극장가에 눈에 띄는 트렌드다. 불황기에는 눈물 샘을 자극하는 심파적 멜로나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코미디가 인기를 끌기 마련이다. 복고의 유행도 불황과 관련이 깊다.
최근 이 같은 유행의 흐름에 부합이라도 하듯 코미디와 멜로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과속스캔들’, ‘달콤한 거짓말’ ‘트로픽썬더’ ‘예스맨’ 등 국내외화 할 것 없이 코미디 영화 개봉이 잇따르고 멜로로는 ‘내 사랑 내곁에’ ‘슬픔보다 슬픈 이야기’ 등이 제작되고 있다.
아직 흥행 여부는 판가름 나지 않았지만 일단 코미디나 멜로는 저예산 장르라는 것도 불황기 제작진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릴러나 액션물 등처럼 효과가 많이 가미되지 않고 좋은 시나리오와 연기에 비교적 많이 의존하는 장르의 특성상 제작비를 뽑아내기가 더욱 수월한 것이다.
새해에 불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멜로와 코미디가 경기 한파로 언 관객의 마음을 녹여줄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