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전 형식의 후속전시
‘멀티플 다이얼로그 ∞’는 흥미로운 전시제목에 못지않게 그 의미가 다중(多重)적이다. 우선,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작가 강씨의 4반 세기에 걸친 ‘3인치’ 작품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일종의 회고전인 동시에, 작고 3주기에 즈음하여 자신의 예술적 조언자(mentor)였던 고인이 된 백씨에게 헌정하는 일종의 오마주(hommage)이자, 지난 1994년 휘트니 미술관 챔피언 분관에서 역시 백씨와의 2인전 형식으로 열렸던 ‘멀티플/다이얼로그’의 후속전시기도 하다. 또한,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는, 과천 미술관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백남준 작 ‘다다익선’과 램프코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게 되는 ‘멀티플 다이얼로그 ∞’의 의미가 자못 새롭다.
18미터 높이의 웅자(雄姿)를 뽐내는 비디오 타워 ‘다다익선’을 감싸고 올라가는 램프코어의 나선형 벽면(총연장 200미터)에 ‘삼라만상’이라는 제목으로 강씨의 3인치 작품 6만여 점이 오브제, 영상, 음향, 관객참여를 위한 미디어 설치작업 등과 함께 선을 보인다.
예술세계 총망라
1984년 초기 유학시절부터 뉴욕 지하철을 화실 삼아 제작했던 캔버스 작업(제1호 작업도 이번 전시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에서부터 문자 그림, 부처 그림, 목각 작업 등을 거쳐 최근작 ‘달 항아리’ 연작까지 강씨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재조합된다. ‘다다익선’ 역시 백남준의 대표적 영상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비망록과 같은 작품임을 고려하면, 비록 출품작은 단 두 점이지만, ‘멀티플 다이얼로그 ∞’는 세대와 매체, 심지어 생사의 간격을 넘어서 이어지는 두 대가의 인간적 교감과 미학적 대화를 집대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