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부가 앞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이기 위해 유가족이 각자가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75년 만에 과세체계가 바뀌어 세부담을 줄이고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간 2조원 넘는 세수가 줄어들 거로 관측되면서 감세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사망자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유지해왔다. 상속세는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커지는데, 상속자가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하면 기준이 되는 금액인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 부담이 줄어든다.
이번 방안에는 인적공제를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자녀공제를 인당 5억원으로 확대해 다자녀 가구일수록 세부담을 더 덜 수 있게 하고, 배우자 공제한도는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여 법정상속분을 초과해도 공제해준다. 또 배우자와 자녀 등을 합해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비과세하도록 인적공제 최저한을 설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안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배우자에게 10억원, 두 자녀에게 각 5억원을 물려줄 때, 상속세는 기존 1억3200만원에서 0원이 된다. 배우자 공제 10억원이 적용되고, 두 자녀에게 각각 자녀공제 5억원이 적용돼 과표가 0원이 된다.
15억원을 자녀 3명이 물려받아도 세금이 0원이다. 3명 모두에게 기본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행은 자녀 수가 1명이든 6명이든 공제액이 같지만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면 각각 일괄공제 5억원이 적용된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세 부담을 줄이고 과세의 형평성을 세울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유산취득세가 형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OECD 국가 중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5월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부터 시행하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기준 국세수입 중 상속세수의 비중은 2.5%(8조5000억원)로, 상속세를 내는 인원은 2만명가량이다. 과세자 비율은 6.8%다.
기재부는 이번 개편이 시행되면 연간 2조원을 웃도는 세수가 줄어들고, 과세자 비율도 절반 이하인 3.4%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줄어드는세수 중 인적공제가 1조7000원을 차지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수십 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해 새로운 세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국회에서는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설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당 역시 최근 중산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권은 배우자 간 상속세를 폐지하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세부안은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는 여야의 합의안이 마련되면 유산취득세 방안에 배우자 간 상속세 폐지를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정상속분에 따른 최대한도인 30억원의 캡을 없애거나 아예 한도를 없애 상속액 전액을 비과세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남아있다. 다만 여당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부터 합의 처리를 하고, 최고세율 인하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작년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상속세 개정안 전부에 대해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이 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별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