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형 이상 공천배제’ 라는 기준으로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박 위원장은 “고집불통”이라는 당내 불평속에서도 꿋꿋하게’공천혁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손학규 박상천 대표조차도 두손들고 ‘항복’한 국면이다.
그는 지난 4일 민주당 공심위 회의에 앞서”어떠한 예외규정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당내 지도부의 기선을 제압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반발이 계속되자 ‘더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휴회를 선언, 사실상 ‘파업’에 들어가는 강수를 쓰기도 했다.
반면 안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때 국민검증위원장을 맡아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민감한 사생활 문제를 다뤘다. 또 지난 1월 취임 때는”계파에 관한 것은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도 않겠다”고 밝히며 공천에 착수했다. 현재 당내 어느 계파에서도 그를 칭찬하는 목소리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한번 정한 원칙은 잘 안 바꾼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안-박 위원장은 각각 경남 마산과 전남 강진 출신으로 영, 호남을 텃밭으로 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법조인으로 정치인의 생명을 좌우할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대비된 모습으로 ‘공천혁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 목소리를 내며 원칙을 고수하는 박 위원장의 뚝심과 조용하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안 위원장의 강단이 대조를 이룬다. 법조인 시절 각각 검사와 판사로 다른 길을 걸었던 안-박 위원장의 경험과 스타일이 공천심사에 고스란히 투영된 느낌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공심위가 ‘개혁공천’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와는 달리 안 위원장이 이끄는 공심위는 최근 먹구름 속을 헤치고 있다.
친이-친박 계파간 갈등 가운데 서서 소신없이 계파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다 계파 갈등으로 갈라진 공심위를 추스려야 하는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천 발표 초기만해도 안 위원장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심사를 거치면서 공심위원들의 계파 챙기기 양상이 노골화됐고,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서청원 전 대표 등 친박계 인사들의 비판이 더해지면서 그의 공심위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일부 공심위원들은 심사 결과에 반발, 아예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고 안 위원장도 공심위원들의 이같은 행태를 참다못해 “못해 먹겠다”며 회의장을 떠나는 일도 벌어졌다.
철새 정치인 공천 논란 등 공천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도 그를 괴롭힌 요인이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질적인 면에서 심사 내용이 통합민주당에 뒤쳐지고 있다”며 “공천 과정에서 기준이 잘 안 지켜져서 그렇다”며 공심위를 직접 겨냥했다. 무엇보다도 안 위원장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의 비교다.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민주당이 박 위원장 영입함으로써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한나라당은 요즘 매일 지지율이 1%포인트씩 빠진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이 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에게서 전권을 넘겨받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반면 안 위원장은 아직 이렇다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천 잡음으로 당 운영마저 삐걱대는 것도 안 위원장에게는 무척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당은 수요일마다 정례적으로 열었던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를 지난 12일 열지 못했다. 안건이 없다는 이유였지만 공천 탈락자들의 항의로 회의 개최시 볼썽사나운 모습이 일어날게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공천 탈락한 이규택 의원과 공천 탈락설이 나도는 김덕룡 의원이 회의 멤버인 점도 껄끄러웠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