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처럼 우리 등쳐먹은 나라는 없어…의존 끝낼 것”
中. 디커플링 위기…“美, 모래 속 머리 파묻은 타조 같아”
▶ ‘한국의 중국화’ 분위기 배척…취약한 정치제도 ‘위험요소’
▶ “한·미동맹 굳건, 시장 경제·자유 민주주의의 장점 살려야”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미국과 중국이 IT기술 등을 앞세워 이른바 ‘디지털 패권주의’로 분쟁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갈등에 한국은 ‘동맹’을 놓고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꼴이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에 1만 달러를 넘기며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국민소득 100달러의 빈곤국에서 40여 년 만에 중진국으로 올라섰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국민은 자유를 억압받고 정치 체제가 몰락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번영을 공유하기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평화를 위협했다.
급기야 중국 원로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열린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서 ▲미국과의 정면충돌 ▲중국내 경제난 등을 들어 시 주석의 ‘권좌’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작금의 미국과 무역 분쟁 등 정면충돌은 “미국과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분쟁하지 말라는 것이 마오쩌둥의 유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中 ‘디지털 레닌이즘’ 시진핑 체제 흔들려
미 · 중 분쟁의 본질은 정치 제도 차이에 따른 충돌이다. 중국은 계획 경제에 따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미국이 구축한 자유 무역 체제의 허점을 이용해 경제력을 키우고 경제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며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을 몰래 빼가고 군사력도 키워 사사건건 영토 분쟁을 일으켰다. 디지털 레닌이즘이라는 시진핑 체제는 흔들리고 있고 공산당 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와중에 미·중 패권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선공’을 날렸다.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15일(현지시각)부터 반도체 부품을 새로 사지 못하게 됐다. 지난 8월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공고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모든 반도체 기업은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도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미 상무부에 대(對) 화웨이 수출 관련 특별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이를 허가해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5월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각종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업체들에서 반도체 부품을 살 수 없었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어 지난 5월에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만 TSMC에 맡겨 생산하는 ‘우회로’가 막혔고 15일부터 사실상 세계의 모든 반도체 구매 길이 막혔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비축 재고 부품으로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일부 재고가 떨어지면서 화웨이는 더 이상 새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반도체 못산다…美 전면 제재 개시
미국의 대 중국 산업 제재는 화웨이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의 또 다른 반도체 업체에 대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CNN 등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1위, 세계5위의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의 최대 납품처가 바로 화웨이다. 해외 공급줄이 막히게 된 화웨이가 내심 믿고 있는 자국 기업인데, 미국이 SMIC를 ‘틀어막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중 기술전쟁은 더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이 세계 제일의 기술 국가가 되려는 중국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 중임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중국처럼 우리를 등쳐먹은 나라는 없었다”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과 제조업 부흥 등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을 제조업 초강국으로 다시 만들 것이며, 중국 의존은 영원히 끝낼 것”이라며 “디커플링이 됐든, 아니면 내가 이미 해왔던 것처럼 대규모 관세가 됐든, 우리는 중국 의존을 끝낼 것이다.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한 자리에서 미·중 디커플링을 향한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세계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미국을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에 비유하며 디커플링을 조롱하기도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롱용투 전 대외무역경제협력부 부부장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0 중국국제서비스무역박람회’에 참석해 “미국이 디커플링 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공급망에서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롱 전 부부장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협상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또 천더밍 전 상무부 부장은 미·중 간 디커플링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천 전 부장은 “미국과 중국 경제를 떼어놓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행태를 그만두고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SCMP는 지난 8일(현지시각) “중국 정부는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며 “중국기업을 향한 미국의 적대감이 점점 높아지지만, 중국은 미국 금융기관 등 기업들에 ‘레드카펫’을 깔아준다”고 보도했다.

中 “디커플링’…WTO 등 모든 수단 동원”
실제로 디커플링 우려가 중국당국을 압박한다는 뜻이다. SCMP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내수시장을 전 세계에 개방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국제무역박람회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미·중간 경제 전쟁은 ‘포스트 미국 대통령 선거’로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내심 차기 미국 차기 대통령에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제재 정책’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 기조는 별반 달라질 것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면 얽혀 있는 미국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미국 정부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대 중국 압박 수위 더 높이겠다는 것인데 미·중간의 ‘디지털 패권전쟁’은 미 대선과도 맞물리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반 파이겐바움 아시아문제 연구소 부소장은 “우리는 ‘기술 세계주의’ 대신 ‘기술 자국주의’라는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이것은 매우 (상대 국가에 대해)파괴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 외신을 통해 밝혔다.
때문에 ‘바이(buy)아메리칸’이 경제 정책 기조인 바이든 후보 역시 대통령에 당선 되더라도 대 중국 제재 수위를 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李통일장관 ‘韓美동맹 해체론’ 제정신인가
한편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중국화’라고 할 만큼 중국에 기울어지는 사회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통일부 장관은 한·미 동맹을 냉전 동맹이라며 평화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고, 주미 한국대사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한·미동맹은 ‘냉전동맹’이며 ‘평화동맹’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입장은 문재인 정부까지 포함한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동맹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결과적으로 기존 동맹을 해체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이 장관은 지난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방문,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선가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동맹의 출발은 6·25전쟁을 계기로 1954년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지만, 그 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지역 및 세계 안보와 평화 유지, 그리고 경제와 가치 동맹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이 장관 발언은 현 동맹의 본질을 왜곡하고 폄하한다. “한·미 동맹은 냉전의 유물”이라고 한 시 주석 발언보다 더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및 아태 지역의 안보,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지속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이수혁 주미 대사는 최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두 요소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한·미 관계는 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 협력을 포함하고 지역과 국제적 사안도 포괄한다고, 한국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어느 편에 설지 이미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미·중 눈치 ‘전략적모호성’ 줄타기외교 배제
그나마 한·미 외교당국이 지난 11일 국장급 실무협의체인 ‘동맹대화(가칭)’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1년 넘게 진전이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외교 차관 간에도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우군 확보에 나섰다.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한국에 보내 지난 8월 22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게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밀착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정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미·중 등 주변 강국들의 눈치를 보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줄타기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인권 등 공동 가치를 지닌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취약한 정치 제도는 안보도 경제도 위험하게 만든다. 한 정치전문가는 “미·중 대결의 위험을 극복하려면 한국은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63년 100달러에서 1994년 1만 달러로 중국보다 10년 정도 빨랐다”며 “그 이후 성장이 급격히 둔화해 중국을 두려워하는 근본 이유는 장점을 죽인 데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