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 중 6명 교제 1년 미만에 경험…후유증도 나타나
지난해 데이트폭력 신고 2만건 육박…2년 새 41.1%↑
폭행·상해 71%로 가장 많아…가해자의 35.3%는 20대
성인 54.9% "데이트 중 연인에게 1번 이상 폭력 경험"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장면하나. A씨는 특수협박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연인 시절 찍은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겠다며 전 여자친구를 불러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강서구 데이트 폭력' 글에는 "피해자가 한 달여간 끊임없이 폭행, 강간, 협박, 불법 촬영 등을 당했으며 심지어 칼로 살인까지 당할 뻔했다"고 적혔다.
지난해 성인 2명 중 1명은 연인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주로 사귄 후 1년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데이트폭력 경험 여성 중 45%는 가해자와 결혼을 선택했다.
또 지난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하며 2년 사이 4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의 심층통계분석 계간지 'KOSTAT 통계플러스' 가을호에 실린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에서 집계한 데이트폭력 건수는 1만9940건으로 2017년(1만4136건)보다 41.1% 증가했다.
데이트 폭력은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력 외에도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 ▲상대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을 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는 것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악의에 찬 말을 하는 것 ▲상대방의 소유물을 만지거나 부수는 것 ▲상대방을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겠다고 위협하는 것 등 정서적 폭력도 포함된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7003명(71.0%)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범 등 기타(1669명·16.9%), 체포·감금·협박(1067명·10.8%), 성폭력(84명·0.8%), 살인(35명·0.3%)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데이트폭력 가해자의 연령은 20대가 3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6.2%), 40대(18.6%), 50대(12.9%), 60대 이상(3.8%), 10대(3.2%) 등이 뒤따랐다.
성인의 절반 이상은 1번 이상 연인에게 폭력을 경험했다. 경기도가족연구원이 경기도의 만 19~69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54.9%가 "데이트 관계에서 연인에게 최소 1번 이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55.4%)이 남성(54.5%)보다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이 많았다.
데이트폭력의 62.0%는 사귄 지 1년 이내에 발생했다. 전체 데이트폭력 경험자의 최초 경험 시기로는 '사귄 후 3~6개월 미만'이 22.2%로 가장 많았으며 경험자 10명 중 6명은 사귄 후 1개월~1년 미만의 기간에 최초로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여성은 사귄 후 1~3개월 미만이 21.6%로 가장 많았다.
데이트폭력 이후에는 다양한 후유증도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 가운데 26.6%는 데이트폭력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으며 11.8%는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외 6.1%는 섭식장애를 경험했으며 2.6%는 알코올중독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데이트폭력 상대자와 결혼하는 비율이 높았다. 여성의 45%는 데이트폭력 경험 상대자와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32.4%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데이트폭력 피해를 본 이후에도 폭력 상대방과 결혼한 이유로는 '결혼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가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대방을 계속 사랑한다고 느껴서'(28.2%),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9.5%), '상대방이 변화할 것 같아서'(9.0%) 순이었다. '헤어질 시기를 놓쳐서(3.9%),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3.9%), 상대방의 위협과 협박 때문에(0.5%) 등 답변도 있었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트폭력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 문제로 다뤄져 온 경향이 컸다"며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문제이며 젠더 폭력이라는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데이트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