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분양’의 유혹
상반기 분양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인천 청라지구’다. 이미 한화, 호반, 한라건설 등의 청약률이 1순위에서 마감됐고 계약률 또한 90%를 넘겨, 6월3일 동시분양은 분양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SK, 반도, 한양, 동양메이저 건설 등 4곳이 동시 분양에 나섰다. 주말 모델하우스엔 하루 4~5만명이 다녀갈 정도였다. 부동산 분양시장이 경기침체로 울상을 짓고 있는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6월3일 뚜껑은 열렸다. 이날 4개 건설사가 참여한 동시분양은 평균 11.8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의 주택형이 마감됐다. 특별공급물량을 제외한 2382가구 공급에 총 2만8198명이 접수했다. 특히 ‘청라SK뷰’는 평균 24.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특히, 212㎡형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무려 297대 1까지 올랐다. 다만 동양메이저의 경우 공급면적이 145~148㎡로 사실상 단일 주택형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인지 평균 0.98대 1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번 동시분양의 성공요인은 딱 맞는 ‘투자가치의 적합성’이다. 향후 청라지구에 대한 개발 기대감과 3.3㎡당 1100만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 1년 뒤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주효했다. 85㎡ 초과는 분양한 지 1년만 지나면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이하는 3년으로 제한 기간이 완화됐다. 또한 5년간 양도세가 감면된다. 즉, 몇 천만원이면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를 사서 1년 뒤 팔아 시세차익을 남겨도 양도세 한 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앞서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한화, 호반, 한라건설이 이를 증명하지 않았던가. 최고 297대 1이라는 경쟁률에 이어, 벌써 평균 4000~5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아직 전매가 허용된 시점이 아님에도 3.3㎡당 1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며 “전매제한이 풀리는 1년 후에는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보인 것은,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데 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약 800조원의 단기성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시장에 떠돌고 있다. 이 돈이 군중심리와 더불어 한 곳에 몰린 이유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혹자들은 이번 청약결과에 대해 ‘거품’이라고 지적한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투자’
실제로 건설사들의 치밀한 홍보 마케팅이 없었다면 과연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우려해 그동안 분양일정을 미뤄왔다. 앞서 인천 청라와 송도지구 청약시장에서도 최대 28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청라지구에서 4개의 건설사들이 ‘동시분양’을 했다. 한껏 고조된 분양열기를 몰아가자는 건설사의 의도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5월 전국의 분양실적은 2만23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정도 늘었다. 인천 청라지구 분양 러시 탓이다. 동시분양 형태긴 하지만 당첨 날짜가 서로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한 점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말고’ 청약에 가담케 했다.

청라지구 분양 관계자도 이에 대해 간접 시인했다. “소비자 집결 및 홍보비용 절감 등에서 이뤄진 공동마케팅의 전략”이라며 “수요자들이 각사별로 분양정보를 세세히 챙긴다면 오히려 중복청약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라지구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평당 분양가가 기존 분양가보다 200~300만원이 저렴하고 1년 뒤엔 전매가 가능해 투자처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최근 송도와 청라지구의 잇단 분양 열기가 과열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나돌고 있다. 일부선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실체를 뜯어보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냉철한 시장 판단 없이, 건설사들의 조장된 과열 분위기 속에 편승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반짝’ 분위기는 최근 분양 아파트, 특히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다. 기존 아파트 거래는 여전히 냉랭하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심하다. 미분양 아파트도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는 하나 일부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다.
집값 상승은 ‘글쎄’
건설사들이 일부 저층이나 대형 아파트만 남아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크게 사실은 크게 다르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시장 띄우기를 위해 판매 실적을 과장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사태가 가장 심각한 용인시의 경우 양도세 감면 혜택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중순부터 석 달여 동안 고작 300가구 정도 팔렸을 뿐이다.
아파트 값도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대비 매매값 변동률이 서울은 0.91%로 유일하게 상승한 반면, 수도권은 평균 0.24% 떨어졌다. 지역별로 ?신도시(-1.66%), ?경기(-1.46%), ?인천(-2.26%) 순이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송도, 청라지구 등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기존 아파트까지 수요가 못미치고 있다”며 “실물경기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어서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이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높은 청약 과열 분위기는 ‘반짝 상승’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근 분양된 물량들이 전매제한이 풀리는 내년 상반기에 차익실현을 위해 분양권 거래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초기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가 전매제한이 풀리는 시점에서 오히려 가격이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현재 청라에 몰리는 수요는 저렴한 분양가에 따른 저가 매수세로 봐야 한다”며 “웃돈이 계속 붙을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무에 현재 상태에서 추가로 가격이 더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분양한 청라지구 분양가는 3.3㎡당 1350만원선에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현재 2000만원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에서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