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의 주인 되기 여정
‘Host & Guest’라는 영문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결국 ‘방문자의 주인 되기 여정’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으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불만쟁이 시간강사와 강한 신앙심 때문에 정작 세상에 쉽게 섞여들지 못하는 대학원생. 세상을 방문자처럼 힘겹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아있는 이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삶에서 주인이 되어간다.
영화는 따뜻한 소통을 바탕으로 반전, 반미, 양심적 병역 거부, 소수자의 인권문제 등 한국사회의 민감한 정치사회 문제들을 유머와 위트를 통해 날카롭고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냉소적인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호준이 먹다 흘린 라면가닥이나 성기가 신문에 실린 부시의 얼굴 위로 착지하는 장면 등 일상적이면서도 기발한 상황에서의 촌철살인적 장면, 동문서답식 대사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미스터 소크라테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신장개업’ ‘8월의 크리스마스’ ‘영원한 제국’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재록은 ‘방문자’에서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표정 한 컷,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시니컬한 표정, 마른 몸집, 고집스러운 마스크 등은 불만투성이의 히스테릭한 남자 ‘호준’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386세대에 대한 독기 품은 유머
이 영화는 특히 저예산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신동일 감독은 본인과 지인들이 모은 자금 1억3천만원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다. 함께 한 스탭은 19명이었고, 촬영회차는 13회였다. 이후 자칫 사장될 수도 있었던 이 영화는 안목 있는 제작자에 의해 발탁돼 후반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결국 신동일 감독은 시애틀 영화제에서 최고의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고 앞서 초청된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우디 알렌’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영원한 뉴요커 우디 알렌이 자신을 희화화한 인물들을 통해 웃음 안에 촌철살인의 날을 품었다면, 신동일 감독은 ‘2000년대 서울’에서 속물이 돼 살고 있는 386세대 ‘호준’에게 자신을 투영해가며 독기 품은 유머를 선보이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냈다.


감독 : 리들리 스콧
배우 : 러셀 크로우, 알버트 피니, 마리온 코틸라르
잘생기고 능력 있는 런던증권가의 펀드 매니저 맥스 스키너.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그는 재능만큼이나 건방지고 바람기 많은 인물로 유명하다. 맥스는 유럽시장을 정복하려 온갖 경쟁을 하고 마침내 엄청난 이익을 내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삼촌 헨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어릴 적 부모님처럼 따랐지만 런던에서 성공한 이후 헨리에 대한 맥스의 애정은 잊혀진 지 오래. 맥스는 헨리의 죽음보다는 그의 유일한 혈족인 자신에게 남겨진 헨리의 거대한 주택과 와인농장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한다. 그러던 중 맥스는 주식 비리에 연루되면서 강제 휴직 당한다. 맥스는 위기는 기회라 생각하며 헨리의 유산을 비싼 가격에 팔기로 결심하고 직접 프로방스에 간다. 런던의 도시생활에 익숙한 그는 프로방스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자신도 모르게 한 여성에게 사고를 낸다.

감독 : 양영희
어렸을 때부터 ‘조총련’이 운영하는 학교와 가정에서 ‘조국’인 북한에 충성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 온 양영희 감독의 가족사에 대한 자전적 다큐. 나는 ‘재일 교포의 메카’로 불리는 도시,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빠 셋의 귀여운 막내 여동생으로 자랐다. 아버지는 15살에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왔고 해방을 맞은 후 정세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그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첫 눈에 반해 열렬히 프로포즈해 결혼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평소 엄격한 성격의 아버지도 이 얘기가 나올 때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곤 한다. 부모님은 결혼 후 함께 열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했고, 오빠들이 청소년이 되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국’인 북한으로 보낼 결심을 했다. 오빠들이 떠나던 날. 6살이었던 나는 ‘귀국’의 의미도 모른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오빠들을 태운 배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서서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