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프리’예요?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은 상품이 세계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엄청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산은 세계를 상대로 영업망을 넓혀가고 있다. ‘짝퉁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모조품과 유사제품이 없는 게 없다. 중국산의 범람은 ‘상도를 무시한 채 돈벌이에만 열을 올린 유사제품 베끼기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안 사면 그만’이라는 말은 여타 제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밀리고 만다. 특히 중국산 저가 불량식품에 대한 공포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 중국산 원료를 쓰지 않았다는 뜻)’라벨까지 만들어냈다. 차이나프리는 미국의 한 건강식품회사가 중국산에 대한 우려를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라벨로 부착한 것인데, 이 말이 확산되면서 일본과 미국은 상표등록까지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미 세계는 중국산 제품의 홍수속에 살아가고 있다.
9월1일과 8일에 방송된 ‘MBC스페셜’은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는 우리 삶에 중국산 제품이 얼마나 파고 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은 중국산의 주요 수입3개국인 한,미,일 가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중국산이 쓰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상기시켰다.
최근 중국산 치약과 장난감, 애완견 사료, 해산물 등이 리콜 조치됨에 따라 전세계에서 중국산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수입식품의 병뚜껑의 대부분 중국산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민물 장어 에 색소를 입혀 리콜됐다. 홍삼성분 함유인 건강기능식품에도 발기부전치료제 유사물질이 검출됐다. 납페인트 허용 기준치를 넘은 중국산 장난감도 대거 리콜됐다.
특히 파장이 컸던 사건은 세계 최대 완구업체인 마텔사의 중국산 장난감의 다량이 납성분이 검출됐던 것이다. 마텔사는 아이들에게 인기인 ‘바비’, ‘폴리 포켓’, ‘베트맨’ 장난감 등에서 자석이 떨어져 아이들이 삼킬 수 있는 위험이 발견돼 2000여만개의 장난감을 리콜 조치했다. 이번 조치로 전세계 완구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중국의 완구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 리더인 마텔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철퇴를 가하면서 중국산 리콜 도미노를 불러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불신 심각

프랑스 월간 렉스팡시옹은 중국산 식품 재료에서 발암 물질 등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이 검출돼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세관은 “전세계에서 적발되는 200만개의 가짜 식품 중 중국산이 20%에 달하다”고 중국산의 심각성을 전했다. EU가 인체에 유해한 식자재를 공개하는 ‘위험음식물 공표 조치’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이 263건으로 1위였다. 올해의 경우 전체적인 양은 감소했지만 중국산은 7월 현재 209건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은 유럽과 미국 일대에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80% 이상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3명 중 2명은 중국산 보이콧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세계의 비난화살에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한 중국언론은 “전세계 소비자는 중국산 없이 살 수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또 중국의 해외뉴스사이트 ‘궈지짜이쏀’은 “서방국들이 중국산 제품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녀사냥’은 절대 중국산 제품을 깰 수 없다”며 “이미 유럽과 미국 대다수 소비자는 전세계 50%이상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강한 의존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특히 델 컴퓨터 등 해외유수 생산공장이 모두 중국에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산은 세계산이라 할 수 있으므로 중국제품을 부정하는 것은 세계 유수기업의 상품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못박았다.
값싼 노동력의 유혹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양적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중국산 제품의 불신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국에 공장을 둔 유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은 이미지 손상은 물론 기업의 매출과 이윤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은 중국산에 대한 피해가 확산되자 수입금지 및 원산지 표시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크리스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장은 아예 중국산 수입을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리콜이 잇따르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미 의회는 내달 청문회까지 열기로 했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산 식품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 오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잇단 중국산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등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지난달 25일 필리핀에 열린 ‘제10차 아세안+3’ 경제무역장관회의에서 중국산 안전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중국제조는 전세계 각국의 분업의 결과이고, 따라서 중국상품이 곧 세계 상품”이라는 것이다. 보 부장은 “100% 완전한 제품은 없다”면서 “무역과정에서 1% 또는 0.1%의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최근의 중국산 불신에 조목조목 반론했다.
한중수교 후 중국산이 한국시장 점령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산의 범람은 국내 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제품이 한국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소비재의 국내 시장 침투의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소비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2년 9.8%에서 2002년 28.8%, 지난해 35.7%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한국 수입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연구원은 한중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의 수출 상대국 1위, 수입상대국 2위가 됐을 정도로 한중 교역이 확대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시장 침투도는 늘어난 반면, 한국의 중국시장 침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