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분열로 항상 고배를 마셨던 보수진영에서는 '후보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진보진영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후보 단일화’ 시동을 이미 걸었다.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를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진영논리를 펴며 이번에야 말로 보수진영이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이어받기 위해서라도 진보진영이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83만여명에 달하는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교육감 선거는 후보의 자격과 적격 여부보다는 각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나 안 했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정말 희한한 선거로 치러졌다.
누구 말마따나 교육감 선거는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정당명(名), 기호도 없이 치러지는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진영은 표 분산으로 선거를 해보나 마나였다.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곽노현 후보가 34.34% 밖에 얻지 못했지만 보수진영에서 무려 여섯 명의 후보가 표를 찢어놓는 바람에 2위인 이원희 후보(33.22%)에게 1.12%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2014년, 2018년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들이 각각 3명, 2명씩 출마해 진보 단일 후보였던 조희연 교육감에게 잇따라 패했다. 보수진영은 당시 그런 치명상을 입고도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또다시 분열하여 보수 후보 3명(박선영·조전혁·조영달)이 도합 53.2%를 득표했지만, 단일화에 실패해 38.1%를 얻은 조희연 전 교육감이 3선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보수 후보들은 단일화하지 않으면 자멸한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고 끝까지 버티는 추태까지 벌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진보 계열 후보로는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교사가 아프다’ 저자 송원재 퇴직 교사,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등이 거론된다. 보수 계열 후보로는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현안이 중첩된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보궐선거 당선인은 오는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최 전까지 서울시교육감을 맡는다. 임기는 약 1년 8개월이다. (2024년 10월 16일~2026년 6월 30일)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은 국회 교육위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일선 교육현장의 교육실무정책을 펼쳐야 하는 학교현장 교육전문가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초중등교육 경험, 교육단체 등에서의 교육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선출해야 한다”면서 “지금 보수, 진보 진영의 후보자 중 잘 살펴보면 누가 적임자인지는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후보신청을 한 후보자 중 누가 초중등교육 교육경험과 교육행정 경험이 있는지 후보자의 이력과 경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
했다.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바른교육국민연합’은 지난 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경회 바른교육국민연합 상임의장은 “자유우파 진영 교육감 후보를 난립을 막기 위해 100여 개 학부모·시민단체가 손을 잡았다”며 “서울시교육감 본후보 등록(9월 26~27일) 전인 이달 23일까지 단일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미 조 전 교육감이 직을 상실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2024 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후보 단일화 밑그림 그리기에 나서 6일 후보들과 함께 경선 규칙을 정한 뒤 7~18일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다. 교육감은 교육전문가가 직책을 수행해야 ‘학력과 인성을 키우는 교육 본질의 회복’이 가능하다. 양 진영의 후보 단일화 위원들은 후보자들의 이력 경력을 제발 꼼꼼히 살펴 학교현장 교육 전문가를 단일화 후보로 정하기 바란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